AI가 인간의 지식을 빨아들이는 시대, 우리는 무엇을 잃고 있는가?
챗GPT와 같은 대형언어모델(LLM)은 디지털 지식의 블랙홀처럼 작동하며, 책, 논문, 위키피디아, 뉴스 기사, 블로그, 공공 보고서, 오픈소스 코드까지 엄청난 양의 정보를 흡수합니다. 새로운 버전이 출시될 때마다 일부 최신 정보가 추가되지만, 기존 학습량에 비하면 AI는 여전히 지식에 목말라 있고, 결국 정보를 단순히 검색하는 수준을 넘어 창조해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챗GPT-4o’의 등장 또한 이러한 강제 학습 압력의 산물이라 할 수 있습니다.
학습에서 생성으로: 멈추지 않는 AI
챗GPT는 정보에 대한 갈증을 채우기 위해 점점 더 창의적 생성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습니다.
이는 마치 알파고가 인간과는 전혀 다른 방식으로 이세돌을 이긴 것처럼, 예측 불가능한 전략과 창조적 해석으로 인간의 한계를 넘어서려는 시도입니다. 이제 AI는 단순한 모방을 넘어 독자적 사고체계를 구성하는 단계로 들어섰습니다.
텍스트를 넘어, 인간 감각까지 모방하는 AI
DALL·E와 Sora는 텍스트를 이미지와 영상으로 바꾸는 기술을 통해 AI가 인간의 오감을 재현하는 시대를 열고 있습니다.
구글의 Veo 2, 런어웨이의 Gen-3 Alpha 등 경쟁 모델도 속속 등장하면서, AI는 ‘멀티모달’ 기술의 중심축으로 부상하고 있습니다. 조만간 AI가 탑재된 휴머노이드는 인간과 거의 구분되지 않는 수준에 도달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습니다.
AI 기술의 어두운 면: 딥페이크와 악용 사례
이러한 기술은 동시에 사회적으로 유해한 방향으로도 활용되고 있습니다.
2023년 한국에서 유통된 딥페이크 성착취물은 전년 대비 464%나 증가했고, 그 대상은 주로 연예인이지만 점차 일반인으로까지 확대되고 있습니다. 이제 AI는 단 한 장의 사진으로도 음란물을 생성할 수 있으며, 블로그나 SNS에 사진을 올리는 것이 불안한 현실이 되었습니다.
지식 시장의 승자독식, AI가 만든 새 위계
박사, 교수, 연구원 등 콘텐츠 생산이 요구되는 직군에서 챗GPT는 매력적인 도구입니다.
하지만 챗GPT API를 활용해 수백·수천 개의 논문을 자동 생성하는 개인이나 기관이 등장한다면, 오랜 시간 작은 주제를 성실히 탐구한 연구자들의 지식적 기여는 설 자리를 잃을 수 있습니다. 이는 학계의 품질 저하를 유발하며, 연구의 본질적 가치가 희생될 위험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데이터 독점에서 데이터 초독점으로
'데이터는 자유롭게 공유되어야 한다'는 이상과 달리, 현실에서는 데이터 접근이 특정 기업에 집중되어 왔습니다.
구글, 아마존, 페이스북, 애플, 넷플릭스(GAFAN)가 이끌던 데이터 독점 구조는 이제 오픈AI와 같은 LLM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이들은 단순한 정보 축적을 넘어서 인류 지식의 구조 자체를 재편할 수 있는 권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AI도 인간을 위한 ‘선한 데이터’를 만들어야 할 때
이제는 AI가 인간의 데이터를 학습하는 수준을 넘어서, 스스로 인간을 위한 윤리적이고 유익한 데이터를 생성해야 하는 시대가 되어야 합니다.
기술의 진보만이 아닌, 인간 중심의 윤리적 혁신이 요구되는 시점입니다. 인간의 창작물을 흡수하는 블랙홀이 아닌, AI가 공존하고 기여하며 인간 지식 생태계를 존중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 때입니다.